창업101: 탈락시키기

SJ
6 min readOct 4, 2023

창업?

작년에 2016년부터 직장 다니면서 사이드잡으로 만들어서 계속 운영해왔던 프로젝트(앱)를 다른 스타트업에 매각하였다. 큰 규모의 엑싯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착안하고, 서비스를 처음 기획하고, 홍보하고, 운영하고, 마지막 매각하는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배운 것이 매우 많고, 또 중간에 여유가 날 때마다 엔젤투자도 계속 하고, 창업을 하고 싶다는 분들의 상담도 계속 하다보니, 창업을 시작하는 분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가장 흔한 케이스는, 다니던 회사가 지루해지는 와중에 창업 관련하여 가슴에 뜨거운 것이 차오르면서 나도 뭔가 해보고 싶다 하는 느낌이 드는 와중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창업해야지 하고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드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 같다.

본인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창업을 하고 싶다면, 일종의 소거법을 이용한 아래의 생각 방법 또는 <탈락시키기 프레임워크>를 한번 혼자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0. 나는 왜 창업을 할까?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나는 왜 창업을 할까 이유를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창업의 이유가 소명이나 미션도 좋지만 너무 이상적이면 탈락

어떠한 소명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YC에서 파생된 듯한, 과하게 이상적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아주 나이브한 이유로 창업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사실 사업은 남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본질이다).

사업은 어떤 소명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안정적인 거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탈락

창업은 본질적으로 매우 리스키한 결정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면 맞지 않는다. 하지만 물어보면 다들 자기는 크게 모험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격이나 성향은 말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이력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살면서 하나도 만들어보지 않은 분들을 너무나 많이 만나보았다. 몸으로 직접 한 것이 아닌 말로만 혼자 머릿속으로 ‘나는 창업을 좋아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진짜 이유가 아닌 경우가 많다. 자신을 속이지 말자. 인생 궤적에서 이건 증명된다.

퇴사를 해야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레드 플래그

아이템이 있는데 이걸 구현하려면 자꾸 사이트가, 앱이, 큰매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면 레드 플래그다. 실제 사업의 구현보다는 그 종국적인 모습에 더 끌리는 케이스이다. 아무리 큰 비즈니스도 대부분의 경우 시작은 절대 클 필요가 없으며, 퇴사를 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1. 아이디어의 착안

아이디어란?

아이디어란, 우선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착안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아이디어의 카테고리는 “ㅈㄴ빡치네 이게 왜 없지 내가 만든다” 이 카테고리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면 탈락

존재하지 않는 가짜 문제를 해결하려고 서비스를 만드는 경우가 제일 흔한 케이스이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깊이 생각해본다. 이 경우인 것 같으면 탈락.

솔루션을 들고 문제를 찾아다닌 케이스이면 탈락

아이디어는 반드시 문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하나의 문제에는 다수의 솔루션이 있을 수 있고, 그 중 가장 좋은 솔루션을 택해야 한다. 솔루션에서 시작하여 문제를 거꾸로 찾아 들어가면 그게 가장 좋은 솔루션이 아닐 수 있다.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 이 케이스가 매우 많다. 이에 해당하면 탈락.

아이디어를 10초 내로 이해시킬 수 없으면 탈락

아이디어는 누가 들었을 때 10초 내로 딱 이해돼야 한다. 아니면 탈락. 아이디어를 들어보면 주절주절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주절주절 설명해야 하는 경우라면 본인도 정리가 되지 않은 경우일 뿐 아니라, 팔 수도 없다.

아이디어와 내가 핏이 좋지 않으면 탈락

아이디어(‘아이템')은 어떤 이유로든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어야 좋다. Unfair Advantage가 없다면 그건 내가 실행할 아이디어가 아니다. 하지 않는다.

왜 지금까지 없었는지 설명 못하면 탈락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인데 왜 지금까지 구현이 없었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이 생각을 못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한 문제가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면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해결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찾지 못한다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문제일 가능성 있으므로 재검토한다.

2. 아이디어 -> 구체적인 상품/서비스로

구체화가 안되면 탈락

아이디어를 확정하면, 이것을 가격을 정하면 팔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시킨다. 구체화가 안되면 탈락이다.

누구한테 팔지 모르면 탈락

아이디어가 구체화 되었다고 해도, ㅇ걸 누구한테 팔 수 있는지 사람 이름을 댈 수 있을 정도로 고객 특정 가능하지 못하면(예: 동네 커피숍 김사장님) 탈락. 하지 않는다.

직접 만들 수 없으면 탈락

기획한 상품/서비스를 내가 직접 만들거나 같이 만들 사람을 구할 수 없으면 탈락. 내 아이디어가 아니다. 아이디어는 시장에 내어 놓으면 계속 유기체처럼 변한다. 계속 변경하여 빠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상품/서비스가 복잡하면 탈락

만드는 상품/서비스는 아이디어가 맞는지 확인용이다. 왜냐하면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똑똑하지만 겸손한 자세). 만약 아이디어 구현 이상의 기능이 들어있다면 그 기능은 다 탈락. 뼈대만 남긴다.

돈 벌 수 없으면 탈락

만든 그 상품/서비스로 돈을 받을 수 없을 거 같다 하면 탈락후보. 사용자 많이 모이면 어떻게든 돈 되지 않을까 하는 경우라면 탈락. 사업은 봉사활동이 아니다.

3. 상품/서비스 테스트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탈락

만든 상품을 생각한 고객에게 팔아본다. 반응이 뜨겁지 않고 뜨뜻미지근하면 탈락.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반응이 뜨거울 때까지 반복한다. 뜨거운 반응 계속 없으면 탈락시키고 하지 않는다.

4. 상품/서비스 만들기

뼈대를 더 잘 만들고 살을 붙이지 않는다

뜨거운 반응이 있는 그 뼈대만 있는 상품/서비스를 더 잘 만든다. 다른 기능을 붙이지 않는다. 기능을 자꾸 붙이면 위의 10초 내 이해 가능 조건에 탈락된다. 그리고 살을 붙이는 게 아니고 뼈를 두껍게 만든다. 잘 되는 걸 더 조져서 더 훌륭하게 만든다.

알린다

이제 알린다. 알렸는데 줄을 안 선다(내 응대 속도보다 주문이 더 몰리지 않는다) 하면 시간을 두고 보아 가며 역시 탈락 후보로 올린다.

이때까지 퇴사하지 않는다

위 프레임워크만 적용해도 창업의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창업의 방식은 수없이 많고 이대로 해야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여러 케이스 보고 직접 해본 결과로 하는 추천이므로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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