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를 돈 주고 사는 사람들 (#NFT)

SJ
9 min readJan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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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NFT 얘기가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나와서 관심은 있는데 여전히 그게 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쉽게 한 번 써보자 하고 시작한 글입니다 *)

JPG를 돈 주고 산다고?

Eminem이 22년 1월에 462,000달러에 구입한 BAYC #9055

위 원숭이 JPG는 Eminem이 이번 달(22년 1월)에 462,000달러에 구입한 BAYC (Bored Ape Yacht Club) #9055번 NFT이다. Eminem은 저 NFT를 구입한 뒤에 본인의 트위터 프로필에 저 그림을 걸어놓았다.

아니… 저 그림을 왜 사는 거야???

우선 저 그림을 누가 샀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니 저걸 왜 사??”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마련인데, 그 생각 속에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생각한다.

  • 우선은, 별로 예쁘지도 않은 원숭이 그림이 왜 몇 억원씩 하는 거야? (가치가 왜 이렇게 높은가 하는 질문)
  • 그리고, 마우스 우클릭 해서 저장하면 되는 걸 왜 돈 주고 사는 거야? (디지털 파일은 복제가 가능한데 왜 구입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

하나씩 살펴보자.

원숭이 그림이 왜 몇 억원씩 하는거야?

원숭이 그림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아래 그림(캔버스에 점을 찍은 그림)은 얼마일까?

이우환, 대화 (2012), 캔버스에 안료, 130.3 x 162.2 cm

위 이우환 작가의 그림은 케이옥션에서 2021. 8. 25.에 7억원에 낙찰된 그림이다. 저 그림이 7억원인 이유를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여러가지 이유를 이야기 하겠지만, 이우환 작가의 그림이 비싼 이유는 결국 이우환 작가의 그림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똑같은 그림이라도 그 작가의 그림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신진작가 시절에는 훨씬 싸다(#아트테크).

예술작품의 가치는 무슨 논리적인 근거나 밸류에이션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의 측면에 대해서는 원숭이 그림이나 미술작품이나 논리는 동일하다. 결국은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의 수(크립토식 표현으로는 커뮤니티의 크기)가 커지면 가치가 높아진다.

저기 원숭이 그림이 비싼 이유도 마찬가지로 저 원숭이 그림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 BAYC는 10,000개의 다른 원숭이 NFT의 컬렉션으로서 사실 NFT가 예술작품의 의미로 가격이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논리는 동일하다)

그거 그냥 마우스 우클릭 저장하면 되는 거 아니야?

저 원숭이 그림도 결국은 디지털 파일이기 때문에 마우스 우클릭 해서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하면 내 컴퓨터에 저장된다. 그리고 에미넴이 가진 파일이나 내가 방금 다운받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파일이나 어차피 똑같기 때문에, 가격은 차치하고라도 애초에 다운 받을 수 있는 걸 왜 사는 건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에미넴에 가진 파일이랑 내가 가진 파일이란 다른 점이 뭔가를 먼저 봐야 하는데, 유일한 차이점은 에미넴은 원본 딱지가 붙은 그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내가 가진 파일은 그 딱지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원본 딱지?? 라는 것의 정체를 알려면 먼저 NFT의 구조를 알아야 하는데, NFT와 그림파일의 관계를 대략적으로 그려보면 이렇게 된다.

NFT와 그림파일의 관계

NFT와 그 NFT가 가리키는 그림파일과의 관계. NFT 속에 그림파일이 저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게, NFT가 그림파일 그 자체라거나 NFT 안에 그림파일이 저장되는 것은 아니고(직접 저장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NFT에는 그림파일의 위치만 저장이 되어 있고, 그림파일 그 자체는 NFT가 아닌 다른 곳(블록체인이 아닌 외부)에 저장되어 있다.

<BAYC #9055 NFT의 메타정보>{"image":"ipfs://QmTHcV6mGxHGeeXCnYtV129eRiR8Exni4sT8dDikBWBgzY","attributes":[{"trait_type":"Fur","value":"White"},{"trait_type":"Eyes","value":"Closed"},{"trait_type":"Clothes","value":"Hip Hop"},{"trait_type":"Background","value":"Gray"},{"trait_type":"Hat","value":"Army Hat"},{"trait_type":"Mouth","value":"Dumbfounded"}]}

BAYC #9055의 경우 그림파일 자체는 IPFS라는 탈중앙저장소에 저장되어 있다. IPFS같이 탈중앙저장소가 아닌 중앙화된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아래는 요즘 클레이튼에서 핫한 메타콩즈 컬렉션 중의 한 NFT의 메타정보. 그림파일은 themetakongz.com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

 <Kongz #6977 NFT의 메타정보>{"image":"https://themetakongz.com/kongz/images/6977.png","description":"The Kongz are unique and randomly generated 3D NFT PFP. Not only that, Kongz can make coins and can breed baby Kongz. Welcome to join us the Kongz society.","name":"Kongz#6977","attributes":[{"display_type":"date","trait_type":"Birthday","value":"1639229527"},{"trait_type":"Feather","value":"None"},{"trait_type":"Lips","value":"Heart"},{"trait_type":"Necklace","value":"Ribbon_P"},{"trait_type":"Glasses","value":"Bit"},{"trait_type":"Accessories2","value":"None"},{"trait_type":"Accessories1","value":"None"},{"trait_type":"Cap","value":"Hat_pink"},{"trait_type":"Clothes","value":"Dress_pink"},{"trait_type":"Face","value":"Oh"},{"trait_type":"Body","value":"Zebra"},{"trait_type":"Wing","value":"Purple bear"},{"trait_type":"Background","value":"Green"}]}

그러니까 NFT를 샀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그림파일을 산 것이라기 보다는 그림파일 소유권 증명서를 산 것에 가깝다.

그러면 의문이 또 두 개가 생긴다:

  • <그림파일>도 아닌 <그림파일 소유권 증명서>를 왜 사는지?
  • <그림파일 소유권 증명서>가 붙은 그림은 아닌 그림에 비해 왜 가치가 있는지?

<그림파일 소유권 증명서>를 왜 사는지?

무언가 물건 그 자체도 아니고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 증명서라니… 그런 걸 왜 사는 것인지 매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세상에 이런 것들이 매우 많다. 왜냐하면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연필과 같은 물건을 사는 것과 다르게 세상에는 “추상적으로”, “머릿속으로만”, “관념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매우 많기 때문.

  • 아파트를 산다고 할 때, 잘 생각해보면 아파트는 그대로 있고 바뀌는 것은 그 아파트의 부동산 등기부의 소유자란에 이름이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삼성전자 주식회사의 일부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삼성전자는 그대로 있고 바뀌는 것은 예탁원에 그 주식의 이름이 나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사람들은 어떤 것을 관념적으로 소유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고, NFT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존재하는 어떤 파일의 소유권 증명서를 구매함으로써 그 파일을 “관념적으로” 소유하게 되는데, 이는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유권 증명서>가 붙은 그림파일은 왜 다른 그림파일에 비해 가치가 있는지?

소유권 증명서가 붙은 그림파일은 ‘진품’이라는 의미이므로, 다른 ‘복제품’이나 ‘가품’에 비해서 가치가 더 있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일반적인 미술작품의 경우에도 비슷한 사례가 흔하게 있다.

  • 진품과 거의 똑같이 그린 작품이 있을 경우, 그 작품이 위작이라고 판명되면 물리적으로 진품과 거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없어진다. (위작 논란이 있었던 이우환 작가 작품의 경우 진품과 거의 똑같이 그려서 심지어는 작가도 진품이라고 한 사례가 있음)
  • 판화의 경우 거의 똑같은 작품이 수십점, 수백점이 제작되고, 제작 방법에 따라서는 판화나 컬러프린터 출력물이나 작품의 질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작가가 직접 서명한 작품은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가치가 훨씬 높다. (데이빗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작품의 경우 결국 본질은 아이패드로 그린 디지털 파일을 출력한 것에 불과한데, 데이빗 호크니의 서명이 있으면 수억원에 팔린다)

JPG를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OpenSea의 경우 현재 월 거래량이 무려 40억 달러(4조 8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OpenSea 월 거래량 (출처: https://dune.xyz/rchen8/opensea)

시각에 따라서는 여전히 NFT가 가치가 없고 사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그 세계에 한 번 빠져보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NFT가 <소유권 증명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자산에 대한 소유권도 증명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상상도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NFT의 의미가 단순히 원숭이 그림이 몇억원에 팔렸다더라 하는 가십거리 이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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