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애니팡, 그리고 블록체인 게임 (Blockchain Games: Games on a New Computing Platform)

SJ
19 min readDec 10, 2019

2019년의 블록체인 게임

무엇이든 새로운 기술이나 기기가 나오면 보통 성인물이나 도박이 먼저 인기를 끌고,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이 보통 게임입니다. 여가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이니까요. 2017년 11월 블록체인 기반의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블록체인 게임’이 처음 나온 이후로, 사람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에서는 어떤 방식의 게임이 먹힐 것인가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크립토키티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양이들 — https://www.cryptokitties.co/

그런데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것이 실제로 시장에 먹히는 것이라면 사용자 수나 거래(transaction) 수, 거래 볼륨이 계속 증가해야 할 텐데, 블록체인 게임은 그렇지 못합니다. 크립토키티는 출시 당시에만 잠깐 반짝 하고 인기가 많이 죽은 상태이고,

크립토키티의 출시 후 사용자와 거래량 추이 — https://dappradar.com/app/3/cryptokitties

다른 블록체인 게임들도 사용자가 제일 많은 게임도 24시간 사용자 수가 불과 3–4,000명대 수준으로, 인터넷 게임에 비하면 사용자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사용자가 특별히 눈에 띌 만큼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블록체인 게임 dApp 사용자 순위 — https://www.dapp.com/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서의 기대감은 가득하지만 사실 되는 것은 별로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다 별로이지만, 안 되던 것 하나가 된다”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나오면, 초반에는 기존의 플랫폼에 있는 대부분의 기능이 없거나, 또는 있어도 성능이 훨씬 별로일 수밖에 없게 되는데, 대신 기존의 플랫폼에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 한두개 때문에 그 새로운 플랫폼이 사람들에게 퍼지게 됩니다.

PC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던 90년대 후반을 보면, 인터넷이 PC에 비해 너무나도 느렸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는 다른 사람과 통신을 할 수 있다는 점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인터넷에 빠져들었습니다. 인터넷은 너무 느리고 불편하고 비쌌지만, 인터넷을 하면 전세계의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신기한 웹사이트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것이 새로 생겼을 때도, PC 인터넷에 비해 매우 작은 화면과 느린 CPU, 느린 네트워크 속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그 하나의 새로운 기능 때문에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빠져들었습니다.

블록체인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미국의 벤처투자사 앤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파트너인 벤 호로위츠(Ben Horowitz)는 2018년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서, “크립토에서 볼 만한 진짜 것들(real stuff)이 충분히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대답합니다.

Ben Horowitz at TC Disrupt San Francisco 2018 — https://www.youtube.com/watch?v=l9jvKWKmRfs&list=PLWIQfi7uNyosr5cwOqg1Et7buTcZp6RF5&index=50&t=0s

사회자: “크립토에서 볼 만한 진짜 것들이 충분히 있는가?”

벤 호로위츠:

(의역)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고, 매 10–20년마다 메인프레임, PC,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때는 그 전 플랫폼보다 대부분의 것들이 더 안 좋기 때문에, 여기서 (새로운 플랫폼에서는 별로 할 것이 없다고) 속기 쉽습니다. 다만, 새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게 되지요.”

(I think the right way to think about it is it’s a new computing platform so once every decade or two, a new computing platform comes along, so we had the mainframes and PCs and smartphones. And the thing that’s deceptive about it is when the new platform at the time is generally worse in most ways than the old platform but has some new capabilities.)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지금이야 ‘어 스마트폰 그게 뭐’ 하지만 당시 PC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은 ‘이거 별로 강력하지도 않은데 너무 작네. 이 작은 컴퓨터로 엑셀 시트는 어떻게 보지?’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지만, 스마트폰에는 카메라랑 GPS가 달려 있기 때문에, 스프레드시트는 만들 수 없더라도 인스타그램이나 우버 같은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지요.”

(So if you go back to the smartphone like now it’s like oh yeah the smartphone but then the people who are used to the PC were like wow that is a really small computer that’s not too powerful with the teeny tiny screen how am I gonna put my big old spreadsheet on that little ass computer. That was true but the smartphone also had a camera and a GPS built-in so now you didn’t have to just build a spreadsheet you could built Instagram you could build Lyft you could build new kinds of things.)

“크립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전 플랫폼인 인터넷과 비교해 보면 느리고, 복잡하고, 많은 기능이 결여되어 있지요. 하지만, 그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기능이 하나 있습니다 — 그것은 ‘신뢰’(trust)입니다. 이 신뢰는 아주 강력한 것인데, 왜냐하면 그 신뢰는 플랫폼의 수학적/개임이론적 특징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개발자가 개발을 할 때 정부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의 다른 사용자들을 신뢰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개발자에게 아주 흥미로운 상황인데, 왜냐하면 그 전에는 누구도 할 수 없었던 ‘돈’과 같은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이제는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With crypto, it’s very similar in that it’s worse in most ways than the old computing platform in that it’s slow it’s really complex it’s lacking a lot of features, but it has one feature that is never existed before and that’s trust. Trust is super powerful it comes from the mathematical and game theoretic properties of the platform and that means that you don’t have to trust the government or Twitter and Facebook or the other people even on the network, you just have to trust math and that opens a very interesting world for developers because you can build new applications like money which nobody has ever been able to program money before but now you can.)

- Ben Horowitz (2018), an Interview at TC Disrupt San Francisco

인터넷 게임

‘인터넷’이라는 것을 처음 사용한 게임이 나올 때 즈음인 90년대 중후반에는 <둠2>, <퀘이크>, <커맨드 앤 컨커>, <울티마 시리즈>와 같은 PC게임들이 매우 인기가 있었습니다. 인터넷 접속 없이 CD나 플로피디스크를 이용해 게임을 했고, 그래픽 기술이 점점 향상되고 CPU가 빨라지면서 서서히 콘솔게임에 견줄만한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했던 시절입니다. 다만, 게임의 질을 상당히 높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게임은 어디까지나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 하는 것이었죠.

<둠2> (1994)

쥬라기 공원(1994)

한국의 첫 인터넷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994년 7월 25일에 PC통신 천리안에서 처음 서비스를 개시했던 <쥬라기 공원>입니다. 쥬라기 공원은 리니지를 만든 전설의 개발자인 송재경 씨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인터넷 기반의 머드게임(MUD: Multi User Dungeon)으로, 여러 게이머가 게임 속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이었습니다. 머드게임은 이후 MMORPG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로 발전하게 됩니다. 기존의 PC게임과 비교해서 정말 낮은 수준의 텍스트 기반 게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게임 <쥬라기 공원> (1994)

바람의 나라(1996)

쥬라기 공원에서 인터넷 게임의 기회를 본 김정주 씨는 이후 송재경 씨를 영입하여 ‘넥슨’을 창업하고, 기존의 텍스트 기반 머드게임에 그래픽을 입힌 MMORPG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바람의 나라’를 서비스합니다. 당시 초고속 인터넷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분당 25원의 매우 비싼 인터넷 이용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에게 빠르게 퍼지게 됩니다(당시 게임을 열심히 하면 전화비가 10–20만원씩 나오곤 했습니다). 당시 인기가 있었던 PC 게임인 <둠2>, <울티마7>, <디아블로> 등과 비교하여 게임의 스토리나 그래픽 등이 현저하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용자와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전에는 없었던 그 특징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게 된 것이죠. 원래 PC 게임이라는 건 혼자 외롭게 하던 것이었는데, 이제 다른 사람들이랑 게임하면서 얘기를 하고, 팀을 이루어 몬스터를 잡으러 다니거나 하는 것이 가능해 진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PC 게임인 <디아블로>(1996)(왼)과 인터넷 게임인 <바람의 나라>(1996)(오)

이후 1998년에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가 나오면서, 이제 다른 사람과 게임 속에서 만나서 같이 게임을 하거나 적으로 만나 서로 경쟁을 하는 등 인터넷을 이용한 게임은 사실상 대세가 됩니다.

PC게임이 인터넷 게임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살펴보면, 인터넷에서는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는 비교적 명확했던 것 같습니다. PC 간에 서로 통신이 가능했던 것이 그 전 PC 플랫폼에서는 없었던 인터넷만이 가진 새로운 기능이었고, 게임 개발사들은 그 기능을 이용해서 ‘여러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모바일 게임

아이폰이 2007년에 나오고, 2008년에 앱스토어가 처음 나오던 당시 인기가 있었던 PC 인터넷 게임은 <서든어택>, <WOW>, <리니지>, <카트라이더>, <피파 온라인>과 같은 게임으로년, 실시간으로 수많은 유저가 접속하여 게임을 하는 것이 가능한 정도의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오고, 2009년 즈음이 되면 <서든어택>, <피파온라인2> 등 지금 기준에서도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옵니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2007년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PC와 비교했을 때 작은 화면, 낮은 사양, 느린 인터넷, 정교한 조작의 어려움 등과 같은 스마트폰의 제약 때문에 <앵그리버드>, <후르츠 닌자> 등과 같이 단순한 게임이 많이 나왔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이 끌었지만, 되돌아보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성능이 부족하고 화면이 작은 PC’ 정도로 인식한 게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나 직장을 갔다 와서 자리에 앉아 비교적 긴 시간을 하는 PC 게임과는 달리,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특징은 ‘친구들의 연락처가 다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면서 중간중간 시간 날 때마다 한다’는 것인데 그 특징을 제대로 살렸던 게임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애니팡(2012)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것은 2012년에 나온 <애니팡>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2010년경부터 모바일의 특성을 살린 <팜빌>, <위 룰>류의 소위 ‘소셜 게임’이 인기를 끌었는데, 2012년에 이르러 단순한 퍼즐게임이 카카오톡과 결합되면서 <애니팡>이라는 게임이 드디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숨겨진 욕구를 저격하고 국민 게임이 됩니다.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 팀도 원래 페이스북에 올릴 ‘소셜 게임’을 만들어보려던 팀이었죠.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온라인 PC게임 <블레이드&소울>(2012)(좌) 그리고 모바일 게임 <애니팡>(2012)(우)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초대해 이야기하는 유튜브 방송인 ‘쫄지말고 투자하라’에서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편을 보면, 당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터뷰를 보면 당시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가 VC 투자를 받으러 IR을 다닐 때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그래서 리니지하고는 어떻게 경쟁할 건데요?”였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다들 모바일 인터넷을 ‘저사양 PC 인터넷’ 정도로 보는데 그쳤던 것이지요. 이정웅 대표는 선데이토즈를 창업한 후, 당시 온라인 PC 게임보다 훨씬 단순하고 저품질이지만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특징을 제대로 저격한 애니팡을 출시한 뒤 대성공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을 비롯하여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최적화된 모바일 네이티브 게임들이 나오게 되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향상되고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면서 PC 온라인 게임에서 인기있던 <배틀그라운드>, <리니지>와 같은 게임까지 모바일로 넘어오게 됩니다.

콘솔, PC, 모바일 게임 시장 현황

돌이켜보면, PC에서 인터넷으로 플랫폼이 넘어가던 때에 비해 사람들이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에서 먹히는 게임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게임(?)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된다면, 과연 어떤 게임이 사용자들에게 먹히는 게임이 될까요?

현재 나와 있는 블록체인 게임은 많은 종류가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도박(Gambling), 수집(Collectible), 사행성(High-risk)입니다. 사람마다 용어의 정의는 다르지만 대부분의 블록체인 게임 랭킹 사이트에서 도박과 사행성 게임을 따로 분리할 정도로 도박과 사행성 게임은 나름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도박: “투명한 카지노"

이더롤(Etheroll)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도박 게임은 아주 단순합니다. 기존에 있던 아주 단순한 인터넷 도박게임을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한 것으로, 승률 50%로 세팅하고 1 ETH를 걸고 주사위를 굴려 51이상이 나오면 건 돈만큼 따고 아니면 그만큼 잃는 아주 단순한 수준의 홀짝 게임입니다.

https://etheroll.com/

이런 단순한 게임이 왜 될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와는 다르게 블록체인 기반 도박 게임들은 모든 거래가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운영자의 확률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확률 조작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와는 달리 하우스 측의 확률이 정확하게 공개되어 있고 조작이 불가능한 ‘투명한 카지노’인 것이죠.

카지노는 기존의 인터넷에서 이미 있었던 게임이고 새로울 것은 전혀 없지만, 어쨌든 블록체인으로 훨씬 좋아진 것이므로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집: “영원히 남는 아이템”

크립토키티로 대표되는 수집형(Collectible) 게임은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조금 다른 형태인 NFT라는 특수한 형태의 토큰(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이용한 게임으로, 게임의 캐릭터나 카드, 아이템 등과 같은 게임 자산들을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개발사가 게임의 특정 자산을 마음대로 늘이거나 줄일 수 없고 또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자산이 영원히 남고, 또 어떤 게임의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도 쓸 수 있는 상호호환성 내지는 확장성을 가지는 특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수천만원 이상으로 거래되는 리니지의 ‘집행검’을 블록체인 NFT 토큰으로 구현할 경우 리니지의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집행검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을 수 있고, 크립토키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집행검은 리니지에서 쓸 수 있기 때문에 필요가 있는 것이고, 크립토키티의 경우에도 크립토키티의 운영사에서 예쁜 캐릭터의 키티를 만들고 이들을 자기 서버에 호스팅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를 지니는 것인데, 리니지와 크립토키티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그 아이템이 토큰 형태로만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크립토키티, Karima Lilsmookie — 캐릭터는 크립토키티의 운영사인 Dapper Labs에서 만든 것

사행성(High-risk): “인터넷 로또: 돈 놓고 돈 먹기"

제가 관심있게 보았던 게임은 2018년 여름에 유행했던 이더리움 기반의 ‘포모3D(FOMO3D)’ 게임입니다. 게임 규칙은 복잡한데, 단순하게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게임 — FOMO3D
  • 게임은 일종의 로또 게임인데, 타이머가 있고 처음에는 24시간으로 세팅된 후 카운트다운 된다.
  • 라운드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키’를 구매할 수 있고, ‘키’를 구매하면 구매할 때마다 타이머는 30초씩 늘어나며, 최대 24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
  • ‘키’의 가격은 새로운 ‘키’가 구매될 때마다 증가하며, ‘키’ 구매에 사용된 금액은 적립된다.
  • 타이머가 0초가 될 때까지 아무도 새로운 ‘키’를 구매하는 사람이 없으면, 마지막으로 키를 구매한 사람이 그동안 적립된 이더리움의 절반을 바로 가져간다.

결국 마지막으로 키를 구매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으로, 2018년 8월에 있었던 FOMO3D의 1라운드 당첨자는 무려 10,469 ETH(당시 시가로 대략 33억원)을 가져갔습니다.

이 게임은 사행성 게임이기는 하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모여서,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되어 있어 조작이 불가능한 게임의 규칙을 바탕으로, 이더(ETH)라는 가치를 가지는 암호화폐를 서로 인터넷으로 주고받으면서 게임을 하는, 기존의 인터넷으로는 불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블록체인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FOMO3D를 블록체인 없이 기존의 인터넷으로만 구현하려면, 우선 게임의 운영자가 마지막 키 구매자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점을 믿을 수 있어야 하고, 마지막 키 구매자가 공개되어 있으며 그게 조작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다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송금을 전세계에서 신용카드를 통해 받아야 하고 그 사람이 라운드가 끝나면 돈을 게임규칙에서 정해진 대로 돌려준다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조건들을 모두 갖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FOMO3D는 블록체인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게임, ‘블록체인 네이티브’ 게임이 어떤 형태를 가질 수 있는가를 처음으로 보여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올 블록체인 게임들

앞으로 또 어떤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들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기존의 인터넷에서는 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형태의 게임이 먼저 인기를 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존의 인터넷에서 잘 돌아가던 게임에 ‘블록체인을 입혀’ 블록체인화 한 게임들은 현재 블록체인의 기술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당연히 기존의 인터넷 기반 게임에 비해 느리고, 비싸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게임으로, 운영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익명의 여러 사람이 참여하며, 인터넷으로 암호화폐의 형태로 가치가 전송되는, 이러한 특징들을 가지는 형태의 게임이 먼저 사용자들에게 먹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다만, 인터넷이나 모바일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은 사용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처음 도입될 때는 사람들이 이미 채팅 등으로 인터넷을 많이 쓰고 있는 상태에서 게임이 나왔고, 모바일 때에도 마찬가지로 이미 게임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많이 쓰고 있는 상태에서 게임도 있었던 것인데, 블록체인은 사용자가 없는 상태에서, 즉 블록체인과 일반 사용자간의 접점이 없는 상태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어떠한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모바일게임 <카툰네트워크 아레나>를 서비스하고 있는 팝조이 강지훈 대표가 감수하였습니다.

이 글은 매일경제와 디스트리트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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