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위 테스트를 찾아서(A New Howey Test for Crypto)

SJ
13 min readJun 4, 2019

DefendCrypto.org & KIN 토큰

미국에서 10대들 사이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메신저 중에 Kik 메신저가 있는데, Kik 측은 KIN Foundation을 설립하여 2017년 9월에 ICO를 하면서 KIN 토큰을 발행하였습니다(소위 리버스 ICO의 방식). KIN은 ICO 당시 9,800만달러 정도를 모았고(대략 1,160억원), 현재 KIN 토큰은 2019년 6월 현재 마켓캡 기준 175위 정도의 시가 총액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은 그동안 KIN 토큰의 발행과 유통이 증권법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 규제를 시도하였고, KIN은 합리적인 조건에 SEC와 합의를 하지 못하자 2019년 5월 28일 SEC와의 소송을 위한 자금 모집을 위해 DefendCrypto.org라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KIN 토큰이 정말 증권에 해당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입니다.

DefendCrypto.org

KIN은 DefendCrypto.org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SEC가 현재 토큰이 증권인지 아닌지 여부를 가리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1946년 미 연방대법원 판례에서 나온 Howey Test는, 그 판례의 내용과는 성격이 매우 다른 암호화폐/토큰에 그 테스트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토큰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새로운 하위 테스트(A New Howey Test)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Howey Test: 토큰의 증권성 여부 판단기준

토큰이 증권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그 토큰을 발행하고 유통할 때 토큰 발행 팀이 또 그 토큰을 상장시키는 거래소가 증권 관련 규제를 지켜야 하느냐 지키지 않아도 되느냐 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자세한 내용은 포스팅 ‘토큰은 증권인가?’ 참조), 각 국가마다 증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예전부터 다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서야 등장한 이 ‘암호화폐’ 또는 ‘토큰’이라는 것이 증권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직 아무도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발달된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SEC가 어떤 입장을 택하게 되는지가 사실 중요합니다.

SEC는 한동안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다가 2019년 4월 3일자로 토큰이 증권인지 아닌지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나름대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자세한 것은 포스팅 ‘SEC의 토큰 가이드라인’ 참조), 그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은 있어왔는데(거의 대부분의 토큰이 증권으로 판단되게 됩니다), KIN은 SEC가 토큰이 증권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여전히 기준이 불명확하므로 그 기준에 대해 법원에 가서 판단을 받아 크립토를 위한 새로운 증권성 판단기준, 즉 새로운 하위 테스트(A New Howey Test)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입니다.

Howey Test의 내용

Howey’s Test는 미국의 1946년 대법원 판례인 SEC v. W. J. Howey Co. (1946)에서 나온 판단 기준입니다. (판례 원문).

S.E.C. v. W. J. Howey Co., 328 U.S. 293 (1946)

판례의 내용에 의하면, W. J. Howey Company와 Howey-in-the-Hills Service Inc. (“Howey Service”)는 미국 플로리다 주의 회사였는데(William John Howey는 플로리다의 정치인이자 부동산 개발자이자 큰 감귤 농장의 소유자), W. J. Howey Company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감귤농장단지의 절반은 자신이 소유하되, 나머지 절반은 여러개로 잘라 일반에게 분양하고(소유권은 양도하고 다시 재임대하는 방식), 경작, 개발, 수확, 판매 등의 용역은 Howey Service에게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토지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Howey Service와의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과수단지에 투자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은 후 토지매매계약과 용역계약을 동시에 청약받았고, 실제로 3년간 매각된 농장의 85%가 이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용역계약을 통해 Howey Service는 농장을 임차할 수 있는 권리 및 농장의 경작, 수확, 판매에 대한 전권을 보유하였습니다. 그리고, Howey사는 오렌지 농장의 운영에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과 나누어 갖는 계약을 했습니다(사실관계는 <임재연, ‘美國聯邦證券法上 證券의 定義에 관한 硏究 (2008)’> 참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에 자세한 내용 없이 증권의 한 종류로만 기재되어 있던 ‘Investment Contract’에 Howey 측과 투자자가 한 계약이 해당될 것인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Investment Contract’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미 연방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기준을 제시합니다. 즉, 아래 네 가지 요건을 모두만족하면 Investment Contract가 되어 증권법 규제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Howey Test

(i) Investment of money (돈의 투자)

(ii) In a common enterprise (공동의 사업에 투자)

(iii) 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투자이익의 기대)

(iv) From the efforts of others (타인의 노력으로 인한 이익)

전형적인 ICO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i) 돈(ETH 등)을 투자하고, (ii) 토큰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iii) 토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면서 투자하고, (iv) 토큰 가격의 상승은 ICO 팀의 노력에 상당부분 의지하게 되어, 언뜻 보면 Howey Test를 만족시키는 것처럼 보이므로, 그 동안 토큰이 Howey Test를 만족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SEC는 여러 번 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이와 관련된 미국 법원의 판결은 아직 없고, SEC가 그 동안 표명한 입장을 통해 SEC는 아래 도표와 같이 토큰 발행시에는 대부분의 경우에 증권에 해당하고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탈중앙화가 되면 증권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통 이해되고 있습니다.

SEC가 생각하는 ICO 발행 토큰의 증권성 (토큰은 증권인가, 2018. 7. 20.)

KIN 토큰과 Howey Test

이에 대해서 KIN은 자신들의 발행한 KIN 토큰은 위 Howey Test의 여러 조건들을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증권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주 Unchained Postcast에 KIN 프로젝트의 파운더인 Ted Livingston가 변호사와 같이 나와서 상세 내용에 대해 인터뷰를 했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Howey Test: KIN 토큰

KIN이 증권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KIN 측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i) Investment of money (돈의 투자): 별다른 언급 없음

(ii) In a common enterprise (공동의 사업에 투자): Howey 케이스에서는 Howey사가 투자자 소유의 오렌지 농장을 임대받아 운영해서 투자 수익을 돌려주기로 했기 때문에 투자자와 Howey사가 ‘공동 사업’을 한 것이 명백한데, KIN 케이스에서는 KIN이 땅(토큰)을 팔았지만 KIN은 ‘투자자’를 위해 감귤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수익이 생겨도 그 투자자에게 배당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는 KIN에게 어떤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농장의 일부(토큰)을 사면 나중에 가격이 오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고 그것은 KIN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의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죠.

(iii) 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투자이익의 기대): SEC는 토큰 구매자의 ‘주관적인 의도’를 강조했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토큰 판매자가 ‘객관적으로’ 무엇을 약속했느냐 하는 것인데, KIN은 투자 이익을 이야기하면서 판매하지 않았고 객관적으로 판매 계약을 보더라도 그런 내용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iv) From the efforts of others (타인의 노력으로 인한 이익): KIN의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KIN의 노력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위의 주장들은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긴 합니다. 그러나, 토큰 홀더들은 KIN 생태계에 기여하면서 생태계의 가치를 올리고 KIN 역시 개발, 마케팅 등으로 KIN 프로젝트에 기여하기 때문에 KIN 생태계에서 ‘KIN 재단 — 토큰 홀더’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토큰 판매자 — 토큰 구매자’ 이상의 관계가 있고, 토큰 구매자의 대부분이 실질적으로는 투자이익을 기대하면서 구매하였다는 점(토큰 구매 당시에 사용성이 얼마나 있었는지와도 연관이 있겠습니다)도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KIN 토큰은 처음에 이더리움 기반 토큰으로 발행되었다가 이후 Stellar 기반 토큰과 두 체인을 동시에 쓰기도 했으며(Coindesk: Kik Selects Stellar Over Ethereum for Token Launch, Coindesk: Ethereum and Stellar? Kik’s Kin Token to Use Two Chains), 현재는 Stellar 포크 체인 기반 메인넷 코인으로 Swap 중인데(2019년 3월 12일 — 2019년 6월 15일), 이들 migration은 모두 KIN 에서 주도하였습니다. 그러면, 과연 이 정도의 영향력과 통제력이 있는 상황에서 네트워크가 충분히 탈중앙화되었으므로 KIN의 노력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즉 “타인인 KIN의 노력으로 인한 이익이 아니다”)는 주장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는 KIN 케이스가 실제로 소송에 가게 되면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Kin Migration — https://www.kin.org/migration

실제 소송에 들어가게 되면 관심 있게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아직은 소송자금 모집 단계에 불과하고 미국은 워낙 소송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제 KIN이 원하는 대로 A New Howey Test를 받아보려면 시간은 꽤 걸릴 것 같습니다(Update 2019/6/5: 글 쓰고 바로 며칠 후 소송이 제기되었네요).

SEC의 소송 제기 (Update 2019/6/5)

이 글 작성 후 며칠 후 바로 SEC가 Kik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네요.

위 공식 입장에 의하면, SEC는 Kik이 등록 없이 증권을 발행 및 판매하여 증권법을 위반하였다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The SEC charges that Kik sold the tokens to U.S. investors without registering their offer and sale as required by the U.S. securities laws.”).

자세한 내용은 SEC의 Press Release를 참고하세요: “SEC Charges Issuer With Conducting $100 Million Unregistered ICO” — https://www.sec.gov/news/press-release/2019-87?fbclid=IwAR3hrU9_tH7-_vkABDUeYEheR-H27cGisEV483kP3SJXM_L6JSHTU8wvn_Y.

SEC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Kik은 2017년 경 자금이 부족하자 다른 비즈니스로 피벗을 하여 KIN이라는 토큰 세일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려고 했고, 결국 미국의 투자자들로부터 5,500만불을 모았으며, 현재는 모집가의 반 정도로 KIN 토큰이 거래되고 있다. Kik은 그 과정에서 KIN 토큰을 투자의 기회로 홍보하였다. Kik은 투자자들에게 수요의 증가가 가격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Kik 메신저 앱에 토큰을 통합하는 등의 Kin 거래 서비스를 만들고 다른 회사들도 Kin을 쓰면 리워드가 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으로 Kik이 그 수요를 올리기 위해 중요한 일들을 할 것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KIN 토큰이 공모될 당시 KIN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KIN 토큰 공모는 증권거래인데 Kik은 증권법에 의해 요구되는 등록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Kik은 투자자들이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투자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였다. Kik은 투자자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생태계로부터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투자자들에게 이야기했다.”

— SEC, 2019/6/5, “SEC Charges Issuer With Conducting $100 Million Unregistered ICO

앞으로 미국 법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한국은?

한국의 자본시장법에는 미국의 Howey Test를 바탕으로 들어온 ‘투자계약증권’이라는 것이 있고, 이는 Howey Test 기준과 상당히 유사하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 법에서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자본시장법 제4조 제6항)

투자계약증권은 흔히 수익형 부동산(예: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하여 운영을 위탁하면 임대수수료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에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Howey 사례에서의 감귤농장 사례와 유사합니다), 이것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암호화폐’ 또는 ‘토큰’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볼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행된 투자계약증권도 거의 없고 관련 판례도 없기 때문에 아직은 변호사들의 해석에만 맡겨져 있습니다. (토큰은 성격이 프로젝트별로 각양각색이므로 투자계약증권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증권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토큰의 증권 해당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어 진행되고 있는 소송이 있다면 법원은 이에 대해서 판단을 해야 하고, 법원의 판단이 여럿 나오면 토큰이 어떤 경우에 증권에 되는지에 대하여 기준이 잡혀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에서 토큰이 증권임을 전제로 하여 어떠한 처분을 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야 그에 대해 법원에서 다투면서 판례가 나오게 되는데, 아직 정부에서는 ‘암호화폐 투자 주의’라는 보도자료 등을 내는 것 외에 별다른 공식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므로 시간은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이 글의 요약본은 서울경제 디센터(Decenter.kr)에도 기고되었습니다.

Disclaimer

이 글의 내용은 토큰의 증권성 여부와 관련한 일반적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해석이 아닙니다. 이 글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며, 이 글의 내용에 근거하여 어떠한 행동이나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되고, 그에 앞서 반드시 법률 전문가로부터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 근거하여 발생하는 문제에 관련하여 저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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